- 김중태(IT컬럼니스트, www.dal.kr)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 새로운 문화는 기존의 법과 제도로 규정되기 어렵다. 자동차가 나오면 우마차법이 아닌 자동차법을 새로 만들고, 라디오와 TV가 만들어지면 방송법을 만들어 새로운 매체와 새로운 문화를 이끈다. TV라는 새로운 매체를 인쇄물인 신문과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이라는 매체에는 인터넷에 어울리는 새법이 필요하다. 물론 가능하면 새로운 법은 새 매체를 규제하기보다는 발전으로 이끌 수 있는 법이어야 한다.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 영국도 최초의 증기승용차를 만드는 등 자동차산업의 초기 역사에서 프랑스 독일과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영국은 1865년에 기존 교통수단인 마차를 위해 새 교통수단인 자동차를 규제하는 적기조례법을 도입하면서 자동차산업을 후퇴시킨다. 적기조례법은 자동차 속도를 시내 3Km/h, 시외 6Km/h로 제한하고, 낮에는 조수가 50m 전방에서 붉은 깃발을 들고 밤에는 붉은 랜턴을 비춰 자동차 주행을 알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속 3Km라면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느린 속도다. 당시 자동차 최고속도가 40Km/h로 꽤 빠른 편이었는데 이 속도를 활용할 길이 막힌 것이다. 또한 운전수와 화부 외에 조수까지 두어야 하므로 한 대의 자동차에 세 명이나 인력이 필요했다. 결국 다른 나라의 자동차산업이 발전될 때 영국은 정체될 수밖에 없었고, 자동차 발전을 막는 적기조례법은 영국이 세계 최고의 자동차산업 강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훗날 존 몬태규(1866~1929) 경이 자동차 발전의 방해물인 적기조례법 폐지에 앞장서고 자동차 전문 잡지인 "더 일러스트레이드(The Illustrated)"를 출판하고 고속도로 건설을 제안하는 등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초기 적기조례법이 끼친 영향 때문에 영국의 자동차산업은 다른 나라를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그래서 적기조례법은 신기술 규제 위주의 법이 산업과 문화를 어떻게 답보시키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1969년에 인터넷이 등장했지만 한국에 인터넷문화가 보급된 시기는 KT의 초고속통신망인 메가패스가 전국에 깔리기 시작한 2000년 이후부터다. 웹이 국민에게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인 것이며, 포탈이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포탈뉴스가 새로운 언론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도 5년 이내의 일이다. 지금은 네이버가 독과점인 포탈의 지위를 갖고 있지만, '뜨거운 감자' 등의 광고로 지식인 서비스가 뜨기 시작한 2003년 이전까지는 많은 국민이 네이버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 했다. 네이버가 포탈로 뜨기 시작한 것은 지식인 광고가 성공을 거두고 지식인 서비스가 성장하기 시작한 2003년부터다. 네이버가 뜨고 시장 1위로 올라서고 온라인 광고시장과 포탈뉴스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한 과정은 겨우 최근 5년 사이에 차례대로 일어난 일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이제서야 겨우 국내 포탈들이 돈을 벌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정도의 자금 여력을 갖기 시작한 상황이다.
아직도 한국 인터넷산업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며 한국의 인터넷 기술은 바닥이라 평가받을 정도로 뒤처진 상태다. 한국 인터넷 기술 발전과 소프트웨어 발전을 위한 더 많은 진흥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와 기존 기득권층은 아직 바닥을 헤매고 있는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를 규제하고 포탈을 규제하고 인터넷언론을 규제하려는 움직임부터 보이고 있다. 마차 통행을 위해 자동차를 규제하는 적기조례법을 도입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움직임이 현실화된다면 한국의 인터넷산업은 더욱 바닥에 붙어 회복불능에 이를 것이다.
새로운 제도와 법은 새로운 기술과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기술과 신기술이 서로 토론하고 공감하면서 규제 위주가 아닌 발전 위주의 법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한 예로 기존 기득권은 네이버뉴스를 기존 언론법으로 규제하려고 하고, 네이버뉴스 쪽에서는 '우리는 언론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양 쪽이 서로 엇갈린 주장만 해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네이버뉴스 또는 포탈뉴스가 언론이냐 아니냐 하는 논쟁은 서로 엇갈린 주장만 할 경우 결론을 내기 어려운 주제다. 나는 네이버뉴스가 기존 법률로는 언론이 아니지만 개념상으로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언론이라고 본다. 분명 네이버뉴스는 언론이 가지는 속성인 취재 편집 배포 중에서 취재과정이 없고 적극적 편집 과정도 사실상 없다. 기존 신문사들이 적극적인 편집과 사설을 통해 보여주는 논조도 네이버뉴스에는 없다. 종이신문 기준으로 보면 언론으로 갖추어야 할 속성이 크게 부족하다.
그러나 뉴스를 유통시킨다는 점에서 보면 언론이 맞다. 사람들은 네이버뉴스를 통해 뉴스를 읽고 네이버뉴스의 노출 정도에 따라 영향을 받고 반응한다. 현대 사회에서 노출과 주목은 중요한 권력 기반이다. TV방송이 막강한 영향력과 힘을 가진 이유는 뉴스와 드라마, 오락프로그램의 노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원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미 뉴스를 유통시키는 것만으로도 네이버뉴스는 기존 신문 방송처럼 뉴스매체로 권력을 획득했다. 또한 TV에서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TV방송이 방송언론으로 인식된 것처럼, 포탈의 뉴스 서비스 또한 인터넷언론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사람들은 인식하고 있다. 네이버뉴스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 언론으로 각인된 것이다.
때문에 네이버 쪽에서도 '우리는 언론이 아니다'라고 부정만 할 것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문화, 새로운 매체에 맞는 새로운 언론의 개념을 정립하고 발전적인 제도 보완에 힘써야 한다. 포탈뉴스가 기존 언론과 다른 점은 무엇이며 무엇을 보완하고 갖추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기존 기득권의 요구대로 인터넷 적기조례법이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보기보다는 존 몬태규 경처럼 적극적으로 인터넷시대에 맞는 언론의 개념을 정립하고 발전적인 제도와 시스템이 만들어지도록 앞장서야 한다. 자의든 타의든 네이버에는 큰 힘이 주어졌고, 큰 책임도 함께 주어진 상태다. 주어진 힘만큼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일, 그것이 포탈 1위인 네이버가 지금 해야 할 몫인 것이다.
